[한민수의 임상 돋보기]진원생명과학, 메르스·지카 DNA백신 1상 중간결과

입력 2017-03-21 14:16   수정 2017-04-11 14:56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기사만 봐서는 모르겠어. 데이터를 봐야 알지." 높아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만큼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자료 없이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요 임상 데이터를 이 곳을 할애해 전달한다. [편집자주]

진원생명과학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지카 바이러스 DNA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위스타 백신연구소의 데이비드 와이너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메르스와 지카 DNA백신의 임상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와이너 교수는 DNA백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진원생명과학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가 속한 위스타 백신연구소는 진원생명과학의 메르스·지카 DNA 백신 임상개발 협력기관이다.

1상 중간 결과 진원생명과학은 메르스 DNA백신(GLS-5300)과 지카 DNA백신(GLS-5700)에서 우수한 항체 생성률을 확인했다.

◆ 3회 접종 후 메르스 98%·지카 100% 항체 생성

백신(vaccine)은 통상적으로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된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병균(항원)이 침입하면 이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든다. 면역반응이다.

백신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감염증에 앞서 투여한다. 미리 항체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백신을 통해 항체가 생성되면 실제 병균이 침투했을 때 빠른 면역반응이 이뤄지고, 감염증의 발병을 막게 된다.

DNA백신은 기존 백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되고 있다.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백신은 죽거나 감염력이 약화된 균을 이용한다. 감염력이 강한 균을 이용하면 실제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한 병균이 들어왔을 때는 예방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또 에볼라나 메르스 등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방법을 이용해서는 백신을 만들 수 없다. 독감 백신은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 뿐이지만 메르스 등은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NA백신은 바이러스 전체가 아닌 유전자만을 투여한다. 바이러스 중에서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 DNA를 몸 속의 세포에 넣는 것이다. DNA가 들어간 세포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고, 이에 반응해 메르스 등의 항체를 만들게 된다는 개념이다.

진원생명과학이 관계사 이노비오와 공동 개발 중인 메르스와 지카 DNA백신의 임상1상 중간 결과는 회사의 기대치를 충족했다.



미국 월터리드 육군병원에서 진행 중인 메르스 DNA백신(GLS-5300)의 1상은 건강한 성인 62명을 대상으로 했다. 3회 접종 이후 62명 중 92%인 57명에게서 메르스 바이러스 항체가 생성됐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지카 DNA백신 1상에서는 3회 접종 후 탈락자 1명을 제외한 39명 전원에서 항체가 생성됐다. 두 백신 모두 현재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메르스 DNA백신은 미국 1상을 마무리 중이고, 국제백신연구소의 지원으로 한국에서도 1상을 준비 중이다. 2상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카는 푸에토리코 2상을 검토 중이다.

◆ 메르스 DNA백신, CEPI 과제 선정 기대

진원생명과학은 메르스 DNA백신이 '신종감염병 글로벌 준비혁신 협력체(CEPI)'의 개발 과제에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와이너 교수의 임상1상 중간 결과 발표가 CEPI가 주관하는 '신종감염병 백신-글로벌 보험' 1차 학술대회에서 이뤄졌고, 메르스 예방 백신의 경우 진원생명과학의 GLS-5300이 가장 빠른 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CEPI는 올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공식 출범한 국제단체다.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백신 개발을 위해 총 10억달러(약 1조원)를 조달할 예정으로, 독일 일본 노르웨이 정부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웰컴트러스트재단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5억4000만달러를 조달했다.

CEPI는 1차 백신 개발 과제의 대상을 메르스와 니파 바이러스, 그리고 라사열 등 3가지로 정했다. 3가지 감염병에 관한 6가지 백신 후보를 선정해 임상비용 등 연구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8일까지 제안을 받았고, 다음달 후보 업체들의 발표 이후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지카 역시 CEPI가 주목하고 있는 감염병이라 추후 개발 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진원생명과학 DNA백신의 장점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미리 생산해 제품을 비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진원생명과학의 DNA백신은 섭씨 4도씨 냉장에서 2년간, 영하 20도씨에서는 7년까지 안정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존 생산 방식의 백신의 경우 유효기간이 1년이 채 안된다는 설명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도 두 백신의 효능을 확인했다.



메르스 DNA백신을 3주 간격으로 3회 접종한 원숭이에 3주 후 실제 메르스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그 결과 접종하지 않은 원숭이에서는 폐의 각 부위에서 상당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나왔다. 반면 백신 접종군은 저용량과 고용량 모두 미접종군(pVax1) 대비 1000~1만배 수준의 감소가 확인됐다.



지카 DNA백신은 5마리 원숭이에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 결과, 2차 접종 이후 5마리 모두에서 항체가 생성됐다. 메르스와 지카 DNA백신의 원숭이 실험 결과는 각각 2015년과 2016년 국제 학술지를 통해 발표됐다.

임상의 모든 단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메르스와 지카가 다시 유행하면 '애니멀 룰'에 의한 공급 승인도 가능할 것으로 진원생명과학은 보고 있다.

'애니멀 룰'이란 신종 감염병이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 오면 동물시험 결과로도 인체 투약을 허용하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규정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